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리뷰]
처음엔 익숙한 제목과 청소년 필독서라 가볍게 읽으려고 책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5살 된 주인공은 선한 면과 악한 면이 공존하는 캐릭터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한 없이 잘해주지만 종종 악마가 귀에 속삭이는 날이면 수위가 높고 선을 넘는 장난을 벌이기도 했다. 임산부를 놀라게 해 유산시킬뻔한 일들을 보면 주변 사람들이 왜 악마라고 표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주인공이 가족들에게 맞는다고 말할 때도 짓궂은 장난질을 많이 해 체벌을 받는 것을 아이의 입장에선 이유 없이 맞았다고 표현하는 줄 알았다. 체벌이 당연시 여기던 시대상황을 고려해 보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초반부까지는 이렇게 선을 넘는 장난을 치고 부모나 주변 어른들에게 혼이 나고 라임오렌지 나무에게 위로를 받는 이야기구나 하면서 읽었다.
그러나 후반부부터 내 생각보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체벌이라 생각했던 것이 일반적인 상식의 수준을 넘어선 아동폭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실직을 하여 심신이 힘든 것은 알겠으나 자식을 실신 직전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나 누나에게 욕을 했다고 누나와 형이 주인공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글을 읽고 있는 나도 가슴이 먹먹하던데, 그 이야기를 주인공에게 직접 듣고 폭력의 상처를 직접 본 뽀르뚜가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후반부엔 주인공이 원했던 것처럼 뽀르뚜가의 양자로 입양되며 해피 엔딩으로 끝나길 바랐다. 그러나 비극적 이게도 뽀르뚜가가 기차에 치여 죽고 만다. 어린 나이의 상실감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똑똑한 주인공에겐 더욱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버지라 생각하며 따랐던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이 죽는 것으로 주인공은 모든 것을 읽어버린 느낌이 아니었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생물학적 아버지를 마음속에서 죽이고 마음속의 아버지인 뽀르뚜가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짠했다.
처음엔 본성이 악한줄 알았다. 장난이 심해서 맞았는지, 맞기 시작하면서 그에 대한 분노를 분출하기 위한 도구로써 악행을 벌인 것인지 무엇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가정폭력으로 인해 악행이 더욱 심화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폭력과 사랑의 결핍으로 인해 주인공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다. 나는 어릴 때는 그 나이에 맞는 생각과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때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필독서라고 하는데 그보다 부모님 필독서가 맞지 않을까 싶다. 너무 말을 안 듣는 아이를 혼내면서 한 대 쥐어박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의 주인공을 떠올린다면 참을 인 3번에 +1을 해서 총 4번 정도 참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주요 내용
병은 결코 비어 있지 않을 거야. 난 이 병을 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거야. 내게 이 꽃을 갖다 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나의 학생이라고
난 악질이에요. 개망나나인 데다가 불량배예요. 우리 누나 말로는 나같이 못된 아이는 태어나질 말았어야 했대요
나 같이 매만 맞고 사는 인간은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봐 둘 필요가 있었다.
제 마음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 죽어요.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도 못한 채 모든 것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저 사람은 뭣 때문에 날 무릎에 앉혔을까? 저 사람은 내 아빠가 아냐, 내 아빤 돌아가셨어. 망가라치바가 내 아빠를 죽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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