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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제&경영

가짜 노동 [리뷰]

by 빠뜨루 202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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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리뷰]

 

 

소개

가짜 노동이 있다면 이건 가짜 독서다.

줄거리

1부 사라진 시간

과거 일반적인 사람들과 케인스, 러셀과 같은 전문가들은 '짧은 노동시간과 풍부한 여가'라는 미래 삶을 전망했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줄지 않았다. 러셀은 노동시간이 줄지 않은 이유가 노동을 숭배하는 종교 때문이라 보았다. 석기시대엔 1년에 700시간, 13세기 영국 농부는 1620시간 노동을 했다고 한다. 1850년 영국 산업에서는 주 70시간 일을 했다. 영국의 산업혁명과 과도한 노동시간이 가능했던 것은 게으름을 악으로 보는 종교의 역할이 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람들의 화이트칼라에 대한 동경과 여성의 사회 진출로 사무직이 늘어났다. 게다가 관리자를 관리하기 위한 관리자들이 고용되는 등 불필요한 인력이 생겼고 대학이 늘어남에 따라 지식노동자가 넘쳐 사무직 과잉이 일어났다. 그렇게 불필요한 사무직이 계속 늘어났다. 사무직은 생산성 없는 회의, 업무와 관련 없는 일들을 하며 노동 시간을 허비하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일하는지 인지하지 못하며 여가와 일을 뒤섞어 오랜 시간 빈둥거린다. 어떻게 직장에서 딴짓을 할 수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회사가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걸 들키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허세를 부리고 남들을 속인다.

이처럼 할 일이 없으면 편하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심한 지루함, 보람의 결핍, 무의미한 타성으로 스트레스가 유발될 수 있다. 이 현상을 '보어아웃 증후군'이라 한다. 이렇게 자신의 업무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다른 짓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텅 빈 노동과 가짜 노동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텅 빈 노동은 빈둥거리기, 시간 늘리기, 일 늘리기, 일 꾸며내기 등이다. 가짜 노동은 노동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노동이 아닌 업무를 말한다. 즉, 무의미한 노동을 말한다.

세탁기, 이메일 등 새로운 신기술들은 우리를 해방시켜 주기는 고사하고 더 많은 일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가짜 노동을 인식하고 그 비합리성을 인정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2부 사라진 의미

가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임금에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출장과 회의를 발명해야 했다. 진실을 말했다가는 모가지가 잘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고 가짜 노동으로 일과를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상황이 좋으면 사무직을 고용하고 절약해야 할 때가 오면 생산직을 자른다. 관리직은 권력에 가깝고 일자리를 보호하는 데 능숙하기 때문에 더 적은 감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19세기에 상류층들은 사냥, 크리켓 등 잡다한 취미를 하며 빈둥거림을 과시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지위의 표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열심히 일하는 정도가 사회적 지위의 척도가 되었다.

문제가 되는 가짜 노동에는 연례 보고서, 홍보, 과시성 프로젝트, 참조 이메일, 회의, 허위 절자 등이 있다고 한다.

 

3부 시간과 의미 되찾기

인간은 사물을 처리하며 환경과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자신을 내면화시킨다. 그리고 사물을 보트나 음식으로 바꿔 놓으며 우리 내면에 있는 존재를 외면화 시킨다. 이렇게 노동은 인간의 내면을 외면화시키고 외부를 내면화시키는 활동이라고 독일 철학가 헤겔과 카를 마르크스는 말했다. 그리고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만 세계에서 소속감을 찾을 수 있다. 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비본질적인 노동에 참여하면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인간이 일하는 이유]

1) 생존
2) 돈
3) 본질
4) 적응
5) 타인의 인정
6) 자신의 인정
7) 청교도적 노동 윤리
8) 대안의 부재
9) 불안 저지하기

주요 내용

고대로부터 문명과 교양 있는 개인을 만들어낸 것은 노동으로부터의 자유였다.

만일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10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들은 10시간을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일에 25시간이 주어진다면 놀랍게도 그 일은 결국 25시간이 걸릴 것이다.

바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금기다.

후기

알쓸별잡인가 예능을 보는데 8시간 노동시간에 관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책이 언급되었다. "피지배계층이 다른 피지배계층의 노동을 착취한다."라는 문장이 나온다고 했다. 이전에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이렇게 짧고 간략하게 말하면서 핵심을 관통할 수 있다니! 하며 감탄을 했다. 그리고 이 책에 흥미가 생겨 읽게 되었다.

정작 내가 원하는 문장은 찾지 못했고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책이었다. 후반에 나오는 내용들은 많지 않은 표본을 가지고 근거로 내세우는데 타당성도 부족하고 반복되는 내용만 나와 읽을 가치를 못 느꼈다. 그래서 2부 5장부터는 소제목 위주로 흩어보기만 하고 넘겨버렸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지금 이 시대엔 가짜 노동이 판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적은 표본과 근거가 부실한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하긴 어려웠다. 주요한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관리자들이 일은 일대로 시키고 책임은 책임대로 전가를 하는 것은 문제지, 사건이 생겼을 때나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때,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그들의 일이지 생산직처럼 계속 움직이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대로 맡은 일이 없이 인원수만 채우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인사 부서의 문제라고 본다.

나도 저자와 같이 노동자들이 노동의 가치에 걸맞은 임금을 받으며 적은 시간을 일을 해도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러기 위한 전략을 저자는 몇 가지 말한다. 그중에 자신이 할 일이 끝나면 칼퇴를 하라는데,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나는 근무시간에 '대기'라는 것도 일종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소방서, 경찰서의 인원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여유가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민의 입장에선 오히려 불안하다. 사건이 터지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직업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직장에서 커피를 마시고 노가리를 까고 있더라도 직장 내에서 하는 행동이라면 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지금 사건이 없다고 퇴근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이는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내게 주어진 일 했으니 퇴근할게요 하고 칼퇴를 할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될까.

그나마 저자가 제시하는 전략 가운데 현실적인 것은 보편적인 기본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직접적인 정부의 개입을 통해 법적으로 인건비를 상승시키고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단지 이렇게 노동 시간을 줄여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나 해당되어 불을 끄고 퇴근하지만 법이 적용되지 않는 하청업체만 갈려나가는 불평등만 가속화된 미래가 그려진다는 것이 문제다.

나는 노동자도 자신의 노동을 팔아먹는 개인 자영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역량을 회사에 팔고 회사는 그에 맞는 임금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음식점을 생각해 보자. 아주 유명하고 맛이 있는 음식점을 제외하고 고만고만한 음식점들끼리 경쟁을 한다면 경쟁할 수 있는 수단은 영업시간을 더 늘리는 것이 확실할 것이다. 임금 노동자 입장으로 다시 돌아와 생각해 보자. 역량을 남들과 비교하기 어렵거나 경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결국 근무시간으로 경쟁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4시간 일하겠다는 사람과 8시간을 일하겠다는 사람 중 회사는 어떤 사람을 고용하려 할까. 과연 그 두 사람이 같은 퍼포먼스를 낼 것이라 생각을 할까. 적어도 내가 고용주 입장이라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8시간 일을 하는 사람은 4시간 일을 2번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는 8시간 일하는 사람을 고용할 것이다. 그렇기에 노동자들은 8시간 이상을 강제적으로 근무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이런 자유경제 체제 시스템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모든 노동자들이 단합하여 노동시간 단축하거나 법적으로 근무시간을 단축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노동자의 인식을 개선시켜야 할 것이다. 작가는 이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바로 '가짜 노동 해시태그 달기'이다. 이게 진짜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허무맹랑한 전략임이 확실하며 독자들을 그냥 우롱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가짜 노동은 따로 있지 않다. 바로 이런 책을 쓰는 것이 가짜 노동이다.

추천

생산성 없는 노동이 가짜 노동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은 가짜 독서다. 완전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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