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리뷰]
소개
의료 윤리에 대한 이야기
줄거리
의사의 권한에 따른 문제, 개인과 공공 사이의 문제와 의료정책, 수술, 임신, 출산, 죽음에 문제와 같이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는 윤리적 문제들을 다룬다.
의사가 고문에 가담하는 것이 맞는가? 고문 당한 사람을 치료하지 않으면 상처로 죽을 것이고, 상처를 치료해 생명을 유지시킨다면 계속 고문을 당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가에 정해진 룰이 없다. 그래서 의사들 마다의 개인적인 윤리의식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의사란 직업이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생과 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보니 의사에겐 윤리적 잣대가 엄격할 수밖에 없다.
멀쩡한 갈빗대를 없애는 성형 수술은 되지만 멀쩡한 다리를 자르는 것은 안된다. 스스로 안락사를 하고 싶어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을 다치거나 해하는 것이 아닌데, 내 몸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런 건 개인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닌가. 사회가 자유로운 선택을 막을 권리가 있는 것일까.
주요 내용
비밀 보장 의무 파기를 허용하는 범위를 정신과 의사가 '눈앞에 닥친 위험'에서 공동체를 보호하는 상황으로 제한한다.
건강할 때 미리 대리인과 함께 생을 어떻게 마감할지 논의하는 것은 현명한 대책이다.
후기
이전에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했었다. 그때 모든 병원이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정책을 만들어 환자 정보를 공유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보아도 의사가 환자에 대한 정보를 놓치지 않을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생각이 짧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환자 정보를 공유한다면 환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악용할 수 있을 수 있고, 예를 들어 정신과 진료를 본 내역을 다른 병원이나 사람들에게 알리기 싫어도 모두 공개될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이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문제가 있음에도 의료 정보를 공유한다면 환자들은 치료를 받을 때 개인적인 비밀은 숨기려고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은 더 낮아지게 될 것이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내용은 애슐리 치료에 관한 이야기다. 애슐리 치료는 뇌병증을 앓고 있던 아이가 계속 성장을 하면 보살피기 어려워 약물과 수술로 성장을 억제시키는 치료이다. 애슐리의 인권 문제로 이 수술을 못 했다면 부모의 짐은 더 커졌을 것이다. 그러한 짐으로 부모의 고단함은 더 커질 것이고 그 여파는 애슐리에게 돌아가 더 안 좋은 결말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애슐리는 그 수술에 동의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애슐리도 그 수술에 만족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적으로 부모의 관점이기에 신뢰할 수 없다. 애슐리의 동의가 없이 치료가 이루어졌기에 자녀를 해하는 선택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럼 유아에게 백신을 맞히는 것은 어떤가. 자녀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라면 유아의 동의를 먼저 받고 시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울면 백신 못 맞히는 거임…) 유아에겐 선택할 수 있는 지능을 갖추고 있지 않아 보호자가 대행해도 되는 거라면 유아 정도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라면 보호자가 동의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혹은 지능에는 큰 이상이 없지만 혼수상태 등으로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보호자나 다른 사람이 결정을 내려도 되는 것인가. 계속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정답은 알 수 없는 것 같다.
그 누구보다도 애슐리의 부모가 수술시키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결정을 내렸던 것은 그 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라 본다. 나도 그 부모의 입장이라면 애슐리 부모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그들과 같이 자녀와 많은 곳을 가보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더 소중하고 값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녀를 학대하는 치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 죗값을 치루기 위해선 자녀에게 더 잘해주는 것 밖에 없을 듯하다.
사이비 종교를 믿는 가정의 자녀를 의사에게 목숨을 맡기는 상황에서도 종교의 교리 때문에 수혈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도 나온다. 종교의 힘으로 치유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병원을 찾아오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 어떤 것을 믿든 어떤 것을 선택하든 자유다. 그러나 자유에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선택의 자유는 누리면서 자신이 선택한 결정에 따르는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모습은 정말 치를 떨게 하는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확실한 건 사이비 종교 집단은 문제다.
추천
어려운 의학 용어나 내용 없이도 자세히 설명해 줘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읽어보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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