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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

어느 도망자의 고백 [리뷰]

by 빠뜨루 202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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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리뷰]

 

 

소개

짐승인가 인간인가

줄거리

20살 남성인 주인공이 뺑소니 사고를 낸다. 그 사고로 80대의 여성이 죽게 되고 만다. 그리고 주인공은 거의 5년에 가까운 실형을 받는다. 그동안 가족과 주변인들도 고통을 받는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이혼을 하고 누나는 파혼을 한다. 그리고 여자친구도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점에 죄책감을 느끼며 홀로 아이를 키운다. 형기를 마친 주인공도 전과가 있는 자신을 받아줄 곳이 사회도 인간도 없다는 것에 힘들어한다. 

자신이 저지른 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는 것에 죄책감도 느끼지만 이젠 실형을 살았으니 이미 충분히 속죄를 한 것 아닌가 하는 두 가지 생각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돌아가면서 더욱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던 와중 옆집의 노인과 대화를 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대화 중 주인공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죄의식에 슬퍼하는 모습을 노인에게 보여준다. 그 이후 노인은 사고로 죽은 아내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날 노인은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된다. 주인공은 죽음이 얼마 안 남은 노인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죄의식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맞서야 한다는 아버지의 유언에 마음을 다잡은 주인공은 노인과 마주하게 된다. 노인은 주인공에게 접근한 것은 자신과 같이 죄의식으로 고통받는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말해준다.

알고 보니 노인은 전쟁에서 죽인 사람들, 종전 이후 재판을 피해 도망 다녔던 것,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죽은 딸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노인은 한평생을 죄의식을 가지고 고통 속에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고통을 계속 받는 것이 속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마음을 속이는 자들이기에 불행한 일이 생길 때마다 죄에 대한 응보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고 말해준다. 자신도 평생 동안 그 사실을 숨기고 살았기에 고통 속에 살았다는 것이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죄를 솔직하게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그 사실을 밝히며 자신의 죄를 고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계속 고통에 시달리지 않게 하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속죄라고 말을 한다. 이후 며칠이 지나고 노인은 평온한 얼굴로 생을 마감한다. 주인공도 노인의 조언에 따라 주변 사람들에게 밝히지 않았던 자신의 죄를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되 속죄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


주요 내용

그것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한 뉘우침의 눈물일까. 아니면 자기 앞길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눈물일까

 

자기가 저지른 죄를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지 아닌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계속 도망치는 한 사람은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로서는 언젠가 네가 진심으로 웃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내가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기를 바랐다고, 그게 나에 대한 진정한 벌이라고 말이야.

저를 인간으로 되돌려주셨습니다. 그뿐입니다.


후기

최근 보았던 소설중에 가장 몰입하여 본 소설이었다. 나는 무서운 영화를 보는 것도 밤길을 혼자 걷는 것도 무섭지 않지만 한문철은 무서워서 못 본다. 운전을 하면서 정말 아찔한 상황을 많이 겪었고 교통사고라는 것이 먼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다 생각하니, 주인공에게 이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바로 신고를 할 수 있을까. 겁이 나고 머리가 하얗게 되어 올바른 판단을 하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생명의 존엄성, 도덕성 같은 건 부차하고 그런 사고를 낸 뒤에 도망을 친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선 쉽지 않다고 판단한 뒤, 늦게라도 내려서 신고를 할 것 같다. 추가적으로 음주운전이 아니라면, 빨리 주변에서 술을 구해 운전취소가 나올 때까지 마시고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해 감형을 받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지 않을까.

 

죄의식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세 가지 유형의 인물로 제시한다. 첫 번째는 전과자 , 두 번째는 노인, 세 번째는 주인공이다. 전과자는 자신의 죄에 대해선 실형으로 속죄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은 인생에선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다. 노인은 반대로 실형은 살진 않았지만 거의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주인공은 실형을 살고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되 그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받고 살아가진 않는다. 

 

저자는 첫 번째 전과자와 같은 사람은 짐승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짐승은 죄가 무엇인지, 자신이 죄를 지었는지도 모르기에 죄의식을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주변사람에게 준 고통,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무시하고 자신이 고통 받지 않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자신이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자신의 지은 죄를 정확히 마주하고 뉘우치며 살아는 것'만이 제대로 속죄하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추천

한 번쯤 읽어볼만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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