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지킬 앤 하이드하면 이 노래를 부르는 뮤지컬의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영화 '젠틀맨 리그'에서도 지킬 박사가 약을 먹고 거대한 하이드로 변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나는 영화로 지킬 앤 하이드를 처음 접했다. 그래서 당연히 지킬이 하이드로 변신하면 헐크처럼 거대한 몸집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킬이 하이드랑 동일 인물이었다는 것이 반전이 아니라 하이드가 오히려 더 작았다는 것이 나에겐 반전이었다.
책의 전반부는 지킬과 하이드의 행적을 쫒는 어터슨이라는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당연히 어터슨이 셜록홈즈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헛발질만 하다가 지킬이 자살하고 난 뒤의 모습만 발견하는 역할이었다. 다소 허무해 보일 수도 있는데, 이 책의 진면목은 후반부에 나오는 지킬이 남긴 회고록에 가까운 편지 내용에 있었다.
이 편지 내용엔 그간 지킬이 하이드로 변하게 된 이유, 과정 그리고 자신의 심정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처음엔 인간의 이중성을 분리하여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약물을 제작하여 마셨다. 그러나 점점 하이드로 변하며 느끼는 자유로움, 해방감에 중독되어 갔다. 그럴수록 하이드에서 다시 지킬로 돌아가기 위한 약물의 양은 점점 늘어갔고 악한 면이 커질수록 하이드의 몸집도 커져갔다. 결국,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깨닫게 된 지킬이 자살한 것이었다.
지킬 박사가 보여준 인간의 이중성은 인터넷 댓글들을 보다 보면 실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 댓글을 보다 보면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쓴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심하게 상처를 주는 글이 보인다. 이런 악성 댓글을 쓴 사람들은 의외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소에는 선량한 시민으로 지내다가 댓글을 쓸 때는 악한 면을 들어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인터넷 익명성이라는 약물을 이용해 변신하는 현대판 지킬 앤 하이드가 아닐까.
지킬의 행보는 약물 중독, 혹은 도파민 중독자 들과 현상이 동일하다. 계속 약물의 양을 계속 늘려가고 더 큰 자극을 원하다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앞에 이야기한 인간의 이중성을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욕구를 통제하고 주체하지 못하고 쫒기만 하다가는 지킬과 같은 결말을 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합법적이고 건전하게 욕구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삶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것 같다.
이미 반전을 알고 있어서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는데, 잘 표현된 중독자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고,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기에 읽어볼 만한 고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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